1920년대 서울, 일본 군부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가문의 명예를 지키려는 백작 김영

수는 독립운동가 이소연과 계약결혼을 맺는다. 그녀는 자신을 희생해 남성으로 태어난 청년

에게 위장한 인물이다. 이 결혼은 두 사람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의 몸을 이용하는

계약이었지만, 세상은 이미 변하고 있었다.

종말의 시대에 접어들며 도시 전체가 기계화된 채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일본군의

감시망 속에서 움직이는 김백작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며 독립군의 정보를 건네주지만, 이

소연은 그의 마음을 향해 점점 더 깊이 빠진다. 그녀는 본래의 정체를 드러내며 김백작에

게 자신의 기억을 되찾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계약결혼은 단순한 유대가 아니었다. 이소연은 김백작의 혈맥 속에 숨겨진 ‘회귀’ 능력을

깨닫고, 그와 함께 과거의 전쟁터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1919년 3·1 운동

의 현장을 다시 경험하며, 김백작은 그녀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

는 사람의 몸속에 숨어 있는 역사적 인물을 발견하고, 그녀와 함께 독립군의 최후를 맞이

한다.

종말의 세계에서 이들의 결혼은 비극이자 구원이 된다. 김백작은 이소연의 이름으로 독립운

동의 마지막 화살을 쏘아 올리고, 그녀는 그의 몸속에 새긴 기억을 통해 세월의 한 페이

지를 완성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시간선에서 사라지고, 종말의 세계는 그들의 선택으로 새롭게 시작된다.

설렘은 이제 과거의 꿈이 아닌, 현실의 여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