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서울 내 동대문 일대의 제철소가 폭발하며 불길이 하늘을 가르며
천 년 만에 처음으로 도시 전체가 어둠에 잠겼다. 화재 속에서 살아남은 남성은, 깨어
나자마자 자신의 몸이 이미 1910년으로 돌아와 있음을 느꼈다.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 개화기의 혼란과 식민지의 경계선이 동시에 존재하는, 법과 질서가 붕괴된
시대였다.
그의 생존은 단순한 회귀가 아니었다. 정부 기록에 따르면, 그가 살던 공장은 ‘국가안보
시설’으로 등재되어 있었으며, 공장 안에는 숨겨진 정보 전송 장치가 있었다. 그러나 오
늘날의 기록은 모두 소각되었고, 그의 이름은 사라져 있었다. 이 사실은 그에게 첫 번째
규칙이 되었다: 누구도 자신을 기억하지 않아야 한다.
그는 한 달간 노동자 신분으로 산업화의 중심인 상하이 유니온공장에 몸을 숨겼다. 이곳은
일본인과 한국인의 혼합 노동력이 운용되는 곳이었고, 매주 수요일마다 인사조직이 갑작스
럽게 검열을 실시했다. 그날, 조연남이 관리자 자리에 올라오며 첫 번째 기록을 외쳤다:
“우리는 지금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 그 말은 아무런 대화가 아님을 증명했다 —
그는 단지 끊임없이 반복되는 점검 목록의 일부였고, 모든 사람이 그를 보고도 알지 못했
다.
그의 복수는 이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공장 내부의 비밀 문을 찾기 위해, 그는 공장의
전기 시스템을 바꾸는 방법을 연구했다. 하지만 시스템은 자동으로 작동했고, 누구도 교체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전력이 완전히 차단되자, 공장 내부의 냉각 장치가 멈추며 오
일탱크가 폭발했다. 1945년의 참사가 다시 재현된 순간이었다.
그때, 그의 손끝에서 작은 음성이 울려 퍼졌다. “시스템 확인: 주기적 재설정 완료.
다음 단계: 사회 구조 파편화.”
그는 이 시스템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사회는,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스스로를 재생산하고, 또 다른 종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그
순환의 중심에 섰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었다.
1945년의 폭발은 그의 복수를 위한 시작이었지만, 실제로는 그가 다시 산업화의 기반을
세우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는 공장 밖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조연남을 바라보며, 그가
이제야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느꼈다.
이번엔,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