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개화기,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서동아 회사 본관은 유리창 너머로 태양을 가

리고 있다. 남성 주인공 이정호는 28세, 냉혈남주로서 어릴 적부터 친부모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 이건우는 서동아의 실질적 창업자이자 일제 강점기의

혁명가였으나, 일본 경찰과의 갈등으로 사라진 채 역사의 공백을 남겼다.

이정호는 서동아의 최소한의 후계자로 인정받지만,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회사 운영에 참

여한다. 어느 날 밤, 오래된 문서를 발견한다. 그것은 조상에게서 전해져온 '빙의 계약

서'였다. 문서에는 '빙의는 유일한 상속 자격 증명이며, 단 한 번의

실패만으로도 영원

한 절망을 의미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정호는 곧바로 빙의 현상을 경험한다. 그의 정신이 1923년 3월 1일 오후 3시 7

분의 한 노동자로 이식된다. 그는 자신이 이건우의 비밀 연인, 김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

다. 김하나는 서동아의 헌신적 지원자이자, 이건우와의 사랑을 이유로 일제의 검거를 피하

기 위해 도피 생활을 해야 했다. 그녀는 이정호의 빙의를 통해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기

억을 되살린다.

이정호는 김하나의 눈을 통해 이건우가 일본 제국주의의 철蹄 아래서 어떻게 싸웠는지를 목

격한다. 그러나 그는 김하나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녀는 이건우의

유산을 차지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며, 이정호의 빙의를 통해 이건우의 은밀한 저항 조직을

파악하려 한다.

이정호는 결국 김하나와의 대면에서 그녀의 정체를 드러낸다. 김하나는 이건우의 사랑을 지

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했던 존재였음을 밝히며, 이정호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정호는 이건우의 유산을 얻기 위해 김하나를 필요로 하며, 그녀를 다시 빙의 상태로

돌리려 한다.

그날 밤, 이정호는 김하나의 몸속에서 빙의를 끝낸다. 그의 정신은 다시 이 세계로 돌아

왔지만, 그의 마음은 이제 더 이상 냉혈하지 않다. 그는 이건우의 유산을 이어받되, 동

시에 김하나의 희생을 기리는 새로운 서동아를 만들어 나간다. 절망의 늪 속에서도 그는

빙의의 힘을 통해 현실을 바꾸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