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제국의 유리 궁전에 발걸음을 옮긴 이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빙의자였다. 몸속에 다

른 영혼이 깃들어 있었기에, 혼인 조건으로 왕실과 결혼해야 했다. 그녀는 ‘계약결혼’이

라는 이름 아래, 왕실 남자와 함께 살게 됐다.

그녀의 몸 안에 숨은 능력은 ‘먼치킨’이었다. 일상적인 것조차 초월한 수준으로 해석하고

실행하는 능력. 식탁 위 한 그릇의 밥을 보면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며,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그 뒤에 숨은 세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왕실에서 그녀에게 주어진 시스템은 명확했다. 왕자의 죽음이 임박할 때마다, 그녀는 대신

죽어야 했다. 이는 ‘비장함’을 요구하는 세계의 법칙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죽는 날,

왕자가 살아남는다는 암묵적 규칙을 지켜야 했다.

첫 번째 시스템 호출일이 다가왔다. 왕자는 병든 듯 보였고,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건

던전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녀의 능력은 예상보다 더 강력했다. 시스템이 정해진 죽음의

경로를 무너뜨리며, 그녀는 왕자를 구했다.

왕실의 기존 질서는 그녀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빙의자’로서의 신분을 부정

받았으며, 계약결혼도 무효화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그녀는 새로운 계약을 제안했다.

왕자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그녀의 능력을 이용해 제국을 개혁하자는 것이

었다.

고대의 법칙은 그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새로운 세계 메커니즘을 만들어냈

다. 먼치킨 능력과 빙의자 신분, 그리고 계약결혼이라는 운명이 맞물려, 그녀는 비장함을

바탕으로 고대 제국의 중심을 뒤흔들었다.

그녀는 다시 태어나야 했다. 그러나 이번엔 그녀의 선택이 아닌, 그녀의 의지로 세계를

바꾸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