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내린 남성은 옷깃에 붙은 국기 자국을 느꼈다. 눈앞엔 지하철이 없었고, 기차

는 구식 연탄 스타일로 열을 뿜으며 가까워졌다. 1975년, 공장촌 앞 숲에선 여름철

수확 준비 소리가 들렸다. 그는 손목에 난 금속 패치를 보며 기억을 되살렸다 — 자신이

2023년에 사망한 재벌 3세였다는 사실.

그러나 정체는 아니었다. 이몸은 허공에서 떨어진 신호를 받은 것이었다. ‘시행: 회귀’

라는 메시지가 뇌리에 박혔다. 첫 번째 규칙은 심장에 깊이 박힌 혈액 검사표였다 — 과

거 3년간의 인생을 완전히 삭제했고, 현재 자신의 유전자 정보는 ‘비정상’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남성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전락했다. 하루 14시간, 땀과 기름 냄새가 끝없이 반

복되는 시간. 그러나 그의 손에는 새로운 시스템이 연결되었다. 손바닥을 대면, 직원들의

생체 데이터가 화면처럼 떠올랐다.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암호화된 리더십 지표, 평균

생산량보다 18% 높은 성과를 내는 노동자의 정신 상태, 그리고 3개월 내에 조합장을

제거할 수 있는 위험 점수.

이 시스템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었다. 인간의 선택을 분석해 '이제까지 안전했던

것'을

고의로 무너뜨리는 방식이었다. 3개월 차, 그는 선임조합원의 집을 찾았다. 문을 열자,

벽에 붙은 사진 속 얼굴이 자신이었다. “당신은 이미 죽었어요,”라고 글자가 떠올랐다

. 그 순간, 시스템이 경고음을 울렸다 — ‘공격 목표 감지: 복수 유저’.

이후 7일간, 그는 자신의 기억을 하나씩 해체하며 살아났다. 처음엔 부모의 이름도 모르

고, 동료에게도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에 공장 입구에 놓인 작은

책상 위에 꽂힌 빨간 봉투를 발견했다. 내용물은 1975년 6월 14일의 사건 기록이

었다. 그날, 그는 공장에서 사망했고, 시신은 폭발로 인해 녹아내려 묘소도 없었다.

이제 그는 진짜 존재였다. 시스템은 더 이상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사람을

죽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해, 모든 데이터 접근을 차단했다.

그는 오직 한 가지를 알았다. 본래의 삶을 회복하려면, 이 시스템 자체를 파괴해야 한다

.

3일 후, 그는 공장 관리실의 서버를 직접 접속했다. 뒤이어 1975년 6월 14일 오

후 3시 17분, 모든 네트워크가 정지했다. 기계들 사이로 빛이 흩어지고, 전선이 끊어

졌다.

남성은 바깥에서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보며 웃었다. 그는 다시 돌아왔고, 이번엔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시스템 메시지는 이렇게 떴다 —

“유저: 사망. 시스템: 종료. 최종 결과: 권력이 아닌, 삶이 주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