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서울, 천문대 위에 서 있는 공작 김준호는 비명을 지르며 땅에 쓰러진다. 그
의 몸은 한밤중에 사라지고, 2024년의 아파트 지하철역에서 눈을 뜬다. 머릿속엔 과거
의 기억이 떠돌며, 오른팔엔 붉은 문신이 새겨져 있다.
그는 이성규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어릴 적 사랑했던 여인 조현아와의 계약 결혼을 맺게
된다. 현아는 부유한 재벌 가문의 딸로, 혼인을 통해 자신의 부모를 구원하고자 한다.
준호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과거의 죽음이 자신을 어떻게 배제했는지를 되짚는다.
재벌 가족의 저택에서 그는 독특한 시스템을 발견한다. 모든 가족 구성원은 '선결혼후연애
'를 강요받으며, 혼인 후 애정을 키워야만 본격적인 상속권을 얻는다. 그의 입술에 묻힌
혼인계약서는 붉은 잉크로 씌어져 있으며, 단 한 번의 거절이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현아는 그의 곁에서 늘 기대를 걸며, 준호는 그녀의 눈빛에 매료된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엔 과거의 그녀가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날 밤, 현아는 그의 팔에 새겨진 문신을 보
며 충격을 받는다. 그 문신은 현아의 아버지가 죽기 직전에 그린 것이었다.
재벌 가문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준호는 자신의 환생이 아닌 '빙의'였
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현아의 아버지가 죽기 전에 영혼을 옮긴 존재였다. 그의 목숨을 건 결혼은,
결국 자신의 운명을 다시금 반복하게 만들고 있었다.
결혼식 당일, 그는 현아에게 마지막 말을 건넨다. "우리의 사랑은, 이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질 거야." 그 순간, 붉은 문신이 피로 물들며, 그의 몸은 다시 한번 소멸
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