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 건물. 밤 10시가 지나자 엘리베이터 버튼이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붉은 숫자 ‘LV1’이 깜빡이며 나타났다. 이건 첫 번째 규칙이
었다 — ‘모든 건물은 던전으로 변한다.’
이번 주 팀장 회의를 앞둔 김준호는 냉큼 눈을 치켜뜨며 “어, 이런 게 말도 안 돼”라
고 중얼거렸다. 그는 자신을 능력자로 만들기 위해 이 세계에 오른 것이었다. 그의 목표
는 단 하나: 전생했을 때 놓친 연인을 다시 만나기 위한 각성.
그는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곳엔 이미 적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몰래 피를 빼먹
으려던 사장, 부하들을 고문하는 경영진. 김준호는 손바닥에 축적된 경험치를 뿌려내며 “
이런 식으로 하면 오늘은 못 나갈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의 입술엔 미소가 걸려 있었
다.
던전의 최종 보스는 김준호의 기억 속에 숨어 있었다. 1998년, 그는 가출한 어린 여
자를 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녀는 일본인 남자와 결혼했고, 그 후로 소식이 없었다.
지금 그녀는 50세의 여성으로 던전의 왕좌에 앉아 있었다.
“당신은 내 마음을 잡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김준호는 눈을 감았
다. 각성의 순간, 그는 어릴 적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때의 그녀에게 말했다. “
이제 네가 선택할 차례야.”
던전은 해체됐다. 하지만 김준호의 각성은 완료되지 않았다. 그는 다시 현실로 돌아갔지만
, 그녀의 사진 한 장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야.” 그는 웃으며 말했다. 유머는 그의 무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