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고층 아파트 21층. 허리 높이에 닿는 비를 맞으며 김준호는 눈을 뜨는 순
간, 자신이 1997년 6월의 청년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의 가슴엔 ‘환생
시스템’이라는 붉은 문구가 새겨져 있고, 뇌 안에는 ‘계약결혼’이라는 알림이 떠 있다
.
그는 전직 총괄 이사였던 김종태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지만, 부모는 채무 탕액으로 사라지
고 집은 압류된다. 학교도 중퇴하고, 일자리도 없는 그는 밤샘 노동으로 생존하던 어느
날, 무심한 듯 웃는 여학생 한 명을 만난다. 그녀는 정문희,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3학
년. 그의 시스템이 ‘연애 지수 0%’라고 떠오르자, 그는 이를 무시하고 다가간다.
정문희는 그를 보며 “내가 네 인생을 바꿔줄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말한다. 이후 그녀
는 그에게 ‘계약결혼’을 제안한다. 조건은 단 하나: 그녀의 과거를 밝혀야 한다. 그녀
는 어릴 적부터 ‘재벌 상속녀’라는 타이틀에 얽매여 살아왔고, 그의 환생 시스템이 그녀
의 과거를 갑작스럽게 드러낸 것이다.
시스템은 그녀의 과거를 그의 머릿속에 자동 입력한다. 그녀는 15살 때 재벌 회장의 딸
로 태어났으나, 어머니는 남편과의 불륜으로 사망했고, 아버지는 그녀를 버렸다.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진실’을 숨기며 살아왔다.
김준호는 그녀를 따라가며 정보를 수집한다. 그는 시스템이 제공하는 ‘개화기’ 기술을 이
용해 과거 사건을 재현하고, 재벌 회사를 공격한다. 그의 행동은 점차 확대되며, ‘환생
시스템’은 그의 감정을 반영해 변화한다. 절망감이 커질수록 시스템의 능력은 강해지고,
성장 속도도 빨라진다.
하지만 그의 성장은 그녀의 고통을 배경으로 이루어진다. 그녀는 그의 도움으로 진실을 밝
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잃는다. 마지막 날, 김준호는 그녀와 함께 건물 위
에서 서 있다. 시스템이 그의 감정을 완전히 파악했음을 알려주는 메시지가 떠오른다.
“절망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승리다.”
그는 그녀를 안고 뛰어내린다. 시스템은 그의 마음을 읽고, 세계를 바꾼다. 재벌들의 권
력 구조는 붕괴되고, 개화기의 기억은 사람들 사이로 퍼진다. 그의 이름은 사라지고, 그
의 이야기는 유령처럼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