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개화기 서울, 청년 김도현은 2024년에 죽었던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

의 마지막 기억은 부모의 죽음과 함께 흐릿하게 사라졌지만, 손에 잡힌 봉투 안에는 ‘백

작’이라는 명함과 함께 서신이 들어 있다. 발신자는 자신에게 결혼을 제안했다.

그는 본래 이 세상에 없던 인물이었다. 조선의 유림 가문을 망상한 신분으로서, 일본 식

민지 초기의 갈등 속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이 사람. 김도현은 그의 이름을 차용하고,

그의 삶을 대신한다.

약혼녀는 경성 여대에 다니는 한복 디자이너 조은비. 그녀는 백작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지만, 김도현은 자신의 몸속에 숨겨진 시스템을 깨닫는다.

‘먼치킨’ 능력——타인의 기량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특권.

첫 만남에서 그는 조은비의 그림 재능을 빼앗는다. 그녀의 손끝에서 그림이 흐르기 시작했

고, 그는 그녀를 자신의 복수와 계약결혼의 도구로 삼는다. 그러나 개화기의 정치적 격변

속에서, 그의 능력은 예상치 못한 반응을 일으킨다.

일본 정부는 그의 능력을 감시한다. “이런 인간은 사회에 통합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

리며 그를 고립시킨다. 동시에, 조은비는 그의 능력이 자신에게 불길을 가져다주는 것을

느끼며 점점 멀어진다.

김도현은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밤중에 홍대문 근처의 던전으로 몰려든다. 그곳은 개화기의

미공개 실험장이었고, 그의 먼치킨 능력이 진정한 세계 메커니즘을 건드리는 순간, 시간

이 멈춘다.

세상은 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의 몸속에 숨은 시스템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붕괴되기 직전이다.

그는 조은비를 데리고, 개화기의 중심에서 탈출한다. 그의 선택은 단 하나뿐이다. 자신을

지우거나, 혹은 이 세계를 바꾸는 것.

그의 결정이 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는,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는 설렘을 느낀다. 새로운 시작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