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서울, 조선인 여성 이소영은 어릴 적 죽어간 부모를 대신해 가족을 지키려 했
다. 그러나 2018년의 기억을 지닌 그녀는 과거로 회귀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눈앞에 보는 건 일본인 남자와의 강제 결혼 서류였다.
그녀는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청춘을 바치게 된 것이다. 당시 조선 사회에서 여성은
결혼으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해야 했고, 일본인과의 혼인은 특별한 ‘호상(好相)’으로 여
겨졌다. 하지만 이소영은 그런 명분조차도 자신을 구원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집안에서는 이미 결혼식을 준비 중이었다. 일본인 남자, 김정우라는 이름의 공무원이 그녀
의 생활에 들어섰다. 그는 친절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따뜻하지 않았다. 오
히려 그의 눈빛엔 조선인 여성들을 향한 경멸이 묻어 있었다.
이소영은 레트로 시대의 규칙을 깨닫게 된다. 일본군의 통제 아래, 조선인 여성들은 결혼
을 통해 자식을 낳아야 했고, 그 자식은 일본인으로 양육되며 ‘대한민국’이라는 개념조차
잃어버렸다. 그녀는 자신이 속한 세계가 어떻게 변질되어왔는지를 목격하게 되었다.
그녀는 한 번도 내세울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2018년의 기억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과거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시간이 반복된 것일 수
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계모로서의 역할을 강요받으며, 그녀는 절망 속에서 스스로를 구하기 위한 전략을 세운다.
일본인 남자에게 거짓말을 하고, 일본군의 눈을 피해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그녀의 모
든 행동은 레트로 시대의 법칙과 맞물려, 그녀를 더욱 좌절하게 만든다.
결혼식 당일, 이소영은 마지막 기회를 노린다. 그녀는 일본인 남자의 문서를 손에 넣고,
그 안에 숨은 정보를 찾으려 한다. 그 문서에는 그녀의 미래가 묘사되어 있었고, 그녀
는 그것이 현실임을 깨닫는다.
그 순간, 그녀는 끝없는 정략 결혼의 진실을 알아차린다. 그녀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 이 소설은 그녀의 절망 속에서도 일어나는 선택과, 레트로 시대의 규칙이 어떻게 그녀
의 삶을 파괴했는지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