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개화기의 서울. 일본군과 청군의 전투로 도심은 타락한 폐허로 변한다. 조선

의 전통이 붕괴되고, 서양식 건물들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새로운 사회 질서가 형성된다.

이 변화의 중심에 있는 건물은 ‘현대여관’ — 외국인과 조선인을 연결하는 특수한 공간

이다.

여성 가이드 이하나는 현대여관의 주인이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이곳에 묶여 있었고,

본래의 신분은 외국 상인의 딸이었다. 그녀에게는 하나의 규칙이 있다: “모든 고객은 계

약을 맺어야 한다.” 이 계약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다. 여관 안에서 생긴 모든 관계는

법적으로 인정되는 혼인 계약으로 종결되어야 한다.

이하나는 한 번도 마음을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1905년 초, 유럽에서 온 프랑스 공

사의 아들, 알베르트 드 라 플뢰르가 나타난다. 그는 이하나와 계약을 맺으려 한다. 그

의 목적은 명확하다. 조선의 지형과 정세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 수집.

이하나는 분노한다. 자신을 또다시 남자의 도구로 삼으려 한다는 사실에. 그녀는 계약 시

기 전 밤, 현대여관의 지하 비밀실에서 과거의 기록을 찾아낸다. 그곳엔 자신이 ‘빙의’

된 이전 인물들의 일기장이 있었다. 그 중 한 페이지엔 적혀 있다: “이 여관의 주인은

항상 복수를 위해 태어난다.”

그녀는 계약을 맺는 순간, 자신의 기억을 바꿔치기한다. 알베르트에게는 자신이 조선의 고

위 귀족 딸이라고 오해하게 만든다. 그녀는 그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자신의 정

체를 숨긴 채 계약을 진행한다.

1905년 7월, 이하나는 알베르트와의 결혼식을 치른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음모를 이

미 꿰뚫고 있다. 그는 조선의 군사 기지를 훔쳐내려 한다. 이하나는 그의 배후에 일본군

정보부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을 이용해 그들을 역으로 물어뜯는다.

이하나는 현대여관을 무너뜨리며, 개화기의 전쟁과 계약결혼이라는 시스템을 함께 부숴버린다

. 그녀의 분노는 이제 더 이상 억누를 수 없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다시 한 번 ‘

환생’시켜, 미래의 어떤 세계에서도 계속해서 이 싸움을 이어갈 준비를 한다.

이하나는 마지막으로 알베르트에게 말한다. “당신이 이 여관을 몰랐다면, 내가 당신을 이

길 수 없었겠죠.” 그녀는 그의 눈을 마주친 채, 계약서를 찢어 버린다.

개화기의 세계는 그녀의 행동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녀는 더 이상 가이드가 아닌,

전쟁의 중심에 선 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