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위에 지어진 조선총독부 건물은 1920년대 초반, 일본 식민지의 상징이자 개
화기의 이중적 얼굴이었다. 도시의 중심에 자리한 이곳은 서양식 건축과 전통 한옥이 공존
하며, 새로운 사회 질서와 고유 문화의 충돌을 상징했다.
주인공 조연여는 대학원생으로, 역사 연구에 깊이 몰입한 인물이다. 그녀는 어릴 적 할머
니의 이야기를 듣던 날, 조선 총독부 건물을 탐방하던 중 무언가를 느꼈다. 그날 밤,
과거의 유령 같은 존재가 자신의 몸을 차지하고 말았다.
빙의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었다. 조연여는 갑작스럽게 1920년대의 신분과 기억을 얻었고
, 그녀의 몸은 과거의 여성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살아야 했다. 일본 식민 정권 아래,
한복을 입고 일제 관료의 집안에서 일하는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왜 여기에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빙의의 비밀은 점차 드러났다. 조연여는 자신이 이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환생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시스템은 죽음과 재생을 반복하게 하며
, 각 회수마다 선택된 능력과 배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었다 — 반드시 복수를 해야 한다.
조연여는 과거에 죽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찾아내며, 그들이 일본 침략자에게 죽음을
맞이했던 진실을 파헤쳤다. 그녀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활용해 복수의 길
을 걷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개화기는 단순한 시대의 변화를 넘어, 개인의 운명을 다시 정의하는 기회였다. 조연여는
이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원한을 채우며, 동시에 그 시대의 흐름을 역행시키려 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일본 관료의 아들을 죽이고, 자신도 함께 자폭했다. 그 순간, 빙의는
끝났다.
카타르시스는 그녀의 죽음으로 끝났지만, 그녀가 남긴 기억과 행동은 그 시대의 일부가 되
었다. 개화기의 혼란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위치를 찾았고, 빙의라는 힘을 이용해 운명
을 바꿨다.


